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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나쓰메소세키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예부터 같은 것들끼리는 서로 구한다는 동류상구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그 말대로 떡장수는 떡장수, 고양이는 고양이가 알아보는 것처럼, 고양이에 대해서는 역시 고양이가 아니고서는 알지 못한다. 인간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하나 그것만은 안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 그들 스스로가 믹도 있는 것처럼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기에 더더욱 곤란한다.
특히 동정심이 결핍된 우리 주인 같은 사람은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것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마저 알지 못하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에 비하면 고양이는 단순하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화가나면 열심히 화를 내고, 울 때는 죽어라 운다. 우선 일기처럼 쓸데없는 건 결코 쓰지 않는다.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인처럼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은, 일기라도 써서 세상에 드러낼 수 없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어두운 방에서나마 발휘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고양이족은 걷고 멈추고 앉고 눕는 일상생활, 똥을 누고 오줌을 누는 자잘한 일 등이 모두 진정한 일기이니, 특별히 그렇게 성가신 짓을 하면서 자신의 진면목을 보존할 필요가 없다. 일기 쓸 시간이 있다면 툇마루에서 잠이나 자겠다.

메이플스토리🍁 - 시그너스 기사단/나인하트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흙이 묻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꽃을 피워낼 수 없습니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것도 외로움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하늘을 동경하며 현재를 사는 삶

끝에 있는 무언가
마음 한 구석 자리잡은 공허함은
주인의 이상을 먹으며 자란다

하늘 아래 내리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나가는 대로
온전히 맞으며

저항하지 않는 채로
세월이 미는 대로

그렇게 살다 바람이 되리라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김영민

사상가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추락의 발명이며,
선박의 발명은 난파의 발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의 발명은 고단함의 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삶이 고단하다는 것은 동어 반복이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견디는 일이다.

작은 우화 - 프란츠 카프카

“아아” 하고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만 해도 세상이 하도 넓어서 겁이 났었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마침내 좌우로 멀리 벽이 보여 행복했었지.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마주 달려오는지 어느새 나는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모퉁이엔 내가 달려들어갈 덫이 놓여 있어.”

“넌 오직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되는 거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장 폴 사르트르

장 폴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에 내던져진 이상, 인간은
그가 행하는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은
당신에게 달렸다고.

낮은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서러운 날을 참고 견디면
즐겅누 날이 오고야 말리니, 왜 슬퍼하는가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훗날 소중하게 여겨지리라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이는 상대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오.
우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
우리를 괴롭히는 법은 없으니까.